<제29회 법무사 자격시험 최종합격자> 법알못이어도, 박문각에서 법무사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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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9:32
2020년 10월에 법무사 시험공부를 시작해 2022년에 1차를 합격하고 2023년 2차를 합격했습니다. 
법은 전혀 알지 못했던 직장인이었고, 지인이 송사에 휘말리는 것을 도와주면서 법무사 시험에 관심을 갖게 돼 이렇게 합격까지 했네요.

2021년에 1차를 봤을 때는 떨어질 것 같았고 결과도 불합격이었습니다. 2022년 1차를 보고는 붙었을 것 같았고 결과도 합격이었습니다. 
2022년 생동차로 2차를 보고는 떨어질 것 같았는데 떨어졌고, 2023년 2차를 보고는 붙을 것 같았는데 결국 합격했습니다. 뻔한 말을 한 이유는, 공부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3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지름길은 없고 요행은 없다는 것입니다. 마흔 후반에 시작해 쉰이 됐습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1차 시험
2021년 1차 시험을 보고는 떨어질 것을 직감했습니다. 불합격을 예감하고 가장 먼저 든 책은 민사소송법이었습니다. 
민법 판례나 민사집행법, 부동산등기법 공부하면서 민사소송 쪽 용어를 제대로 알면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더 많이 외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특히, 기판력을 이해하게 되니 1차 공부가 좀 더 수월해졌습니다.
한 가지 책만 파라는 말씀도 있지만, 1차 불합격 후 민법, 부등법, 민집법, 상법을 다른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더 잘 이해가 되더군요. 새로 선택한 강사의 책이 전에 보던 책보다 더 좋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른 책으로 공부를 한 이유는 새롭게 출발하는 느낌을 갖고 싶어서였습니다. 종전 책으로 공부를 했어도 이해는 더 잘 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책 사느라 교재비가 좀 더 들었지만, 불합격의 꿀꿀한 마음이 새 책 덕분에 금세 사라졌습니다. 

공부는 멘탈이라고 생각합니다. 바꾼 새 기본서를 돌린 후에 객관식 문제집을 돌렸습니다. 직장병행이라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점심 시간 아끼고 저녁에 방에 틀어박혀 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말과 휴일 반납도 필수. 남편 아빠 노릇 제대로 못했지만, 잘 참아준 가족들이 많이많이 감사합니다.

덕분에 22년 1차 시험을 71.5점(합격선 60.5점)으로 여유있게 합격했습니다. 돌리면 됩니다. 단권화니 요약본이니 하는 것들은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그거 정리할 시간에 객관식문제 하나라도 돌리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가등법과 상등법은 포기했는데요,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저는 직장병행이었으니 그런 무모한 선택을 한 것 뿐입니다.

2차 시험
22년 생동차 2차는 46.625점(합격선 50.06점)으로 떨어졌습니다. 1차 떨어지고 한 번 봤던 민사소송법 덕분에 두 달간 2차 시험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이 나온 민사소송법 때문에 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을 충실하게 하지 않고, 시험에 나올 법한 핵심만 짚고 시험장에 들어가서는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23년 기득권 2차는 68.5875점으로 합격했습니다. 22년 생동차 불합격을 직감하고 22년 11월 부터 바로 2차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민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부동산등기법을 23년 2월까지 꼼꼼하게 각 1회독 한 후에 3월부터는 기출문제와 최신판례를 끼고 살았습니다. 
3월이 지나서도 기본서를 보고 있는 것은 잘못된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볼펜을 몇 자루나 쓰고 버리느냐가 합격의 관건이라고 생각했죠.

-민법(80.1점)
하나의 주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가지를 칠 수 있는지가 포인트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채권자취소권 문제를 푸는 경우, 채권자취소권에서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논점을 판례와 함께 빈 종이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리가 안 된다면 사례 문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형법(38.75점)
이재영 강사님이 기출문제와 최신판례를 정리해 만들어 나눠주신 프린트물만 무한 반복해서 봤습니다. 예상하시겠지만, 프린트물에 있는 내용이 시험에 그대로 다 나왔습니다.

-형사소송법(29.5점)
김영환 강사님의 마지막 파이널 특강도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요, 결론 다 맞추고 나름대로 조문과 판례도 제대로 적시했다고 생각했는데 점수는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민사소송법(47.25점)
민소법 공부에 민법 공부가 어우러져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민소법 역시 하나의 주제에 대해 관련된 논점을 조문과 판례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소법은 특히 해당 절차나 제도가 마련된 취지나 배경을 잘 이해하는 게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흔히들 챕터의 서문 등은 간단하게 본 후 건너뛰게 마련인데요, 공들여서보고 이해할 것을 권합니다.

-부동산등기법(40점)
등기별로 신청인, 신청정보 내용, 첨부정보 순으로 정리해 외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시험에선 유증에 관한 최신선례를 등한시 해서 논점을 많이 놓친것 같습니다. 등기신청서류작성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뒤로 계속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요, 등기신청서류작성부터 공부하는 것이 부동산등기법 논술 암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7월부터 매일 다섯과목을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 볼 때만 알고 있으면 되니까 그 때 까지만 머리 속에 꼭꼭 넣어두자는 생각으로 집요하게 했습니다. 직장인이 매일매일 다섯과목 공부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부가 11월초에 끝나는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이 악물었습니다. 중간중간 모으지 않은 것들이 있긴 하지만, 제가 2차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쌓은 볼펜 무덤에는 22자루의 검정색 볼펜이 있더군요. 합격 소식 듣자마자 책과 함께 다 재활용쓰레기에 버렸습니다.

공부는 엉덩이 싸움이라고들 합니다. 직장병행하면서 전업 수험생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차 시험을 앞두고 2주정도 휴가를 쓰면서 느낀 건 전업 수험생도 할 게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악물고 공부한 건 공부가 하기 싫어서였습니다. 이 시험, 계속 공부하다 보면 언젠가는 붙을 수 있는 시험같긴 했지만, 더 일찍 끝내고 싶었습니다.

답안지를 얼마나 채워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 저는 민법 답안지 1장을 썼고, 민소도 거의 1장, 형소와 형법, 부등법은 4분의3장을 썼습니다. 
문제와 문제 사이에 한 줄 띄고, 각 문제는 앞에 결론 적어주고 조문과 판례를 적시한 후에 사안포섭했습니다. 그래도 시간 부족했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시험시간 종료 벨 소리와 함께 답안지 작성을 마쳤습니다. 두 장 세 장 쓸 시간 없었습니다. 굳이 양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형소법이 좀 아쉽지만 충실하게 적은만큼 점수가 나온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끝나고 시험장 나와서 아내와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합격 공고하는 1월 31일 저녁엔 합격자 발표를 확인하고 차 안에서 아내와 함께 울었습니다. 법무사 자격증이 끝은 아닐겁니다. 더 험난한 여정의 새로운 출발일 겁니다. 저의 새로운 시작과 수험생 여러분의 합격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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